시험 직전의 생각이 실력 발휘를 좌우한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당연히 충분한 공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같은 정도로 준비한 사람도 시험 직전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실제 수행이 달라질 수 있다. 하버드대 연구진 Margaret Shih, Todd Pittinsky, Nalini Ambady가 1999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들의 사회적 정체성을 시험 전에 다르게 떠올리게 했다. 당시 사회에 존재하던 ‘아시아계는 수학을 잘한다’는 고정관념과 연결된 정체성이 활성화되었을 때 수학 수행이 좋아진 반면, ‘여성은 수학에 약하다’는 부정적 고정관념과 관련된 정체성이 활성화되었을 때에는 수행이 낮아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 연구가 말하는 핵심은 특정 집단이 실제로 수학을 잘하거나 못한다는 것이 아니다. 시험을 앞두고 자신의 능력을 어떤 틀로 인식하느냐가 순간적인 수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험 직전에 “나는 원래 수학을 못해”, “이번에도 틀릴 거야”라고 지난 실패를 반복해서 떠올리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제 어려웠던 문제를 결국 풀었다”, “이 유형은 충분히 연습했다”, “긴장해도 아는 문제부터 풀면 된다”처럼 실제로 자신이 해낸 경험을 근거로 능력을 상기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시험 전략이다.
긍정적인 감정은 생각의 폭을 넓힌다
시험 직전 긍정적인 기억을 떠올리는 또 다른 이유는 긍정적 정서가 사고와 문제 해결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심리학자 Barbara Fredrickson은 긍정적 정서가 순간적으로 사고와 행동의 범위를 넓히고, 장기적으로 심리적 자원을 축적한다는 ‘확장-축적 이론(Broaden-and-Build Theory)’을 제시했다.
실제 실험에서도 불안을 유발한 뒤 만족감이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영상을 본 사람들은 중립적이거나 슬픈 영상을 본 사람들보다 심혈관 반응이 더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Alice Isen 연구진의 실험 역시 흥미롭다. 참가자에게 코미디 영상을 보여주거나 작은 사탕을 주어 가벼운 긍정적 감정을 유발했더니 ‘촛불 문제’처럼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과제의 해결률이 높아졌다. 더 현실적인 사례도 있다.
내과 의사 4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작은 사탕을 받은 집단이 모의 환자의 간질환 가능성을 더 일찍 고려했고, 처음 떠올린 판단에 집착하는 ‘앵커링 편향’도 적었다. 기분이 좋다고 갑자기 지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긴장 때문에 좁아진 사고를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드는 데 긍정적 정서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시험 직전 1분 동안 지난 성공 경험 한 가지를 떠올리고, 고마운 사람이나 일을 생각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단순한 기분 전환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유다.
무조건 “할 수 있다”보다 현실적인 긍정이 강하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적 사고와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구별하는 것이다. 공부하지 않았는데 “나는 무조건 100점을 받을 거야”라고 되뇌는 것은 효과적인 자기암시라고 보기 어렵다. 동기 연구로 잘 알려진 심리학자 Gabriele Oettingen은 원하는 미래만 상상하는 것보다 원하는 결과와 현재의 장애물을 함께 바라보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결하는 ‘정신적 대조(mental contrasting)’가 목표 달성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나는 시험을 잘 볼 거야”에서 끝내기보다 “나는 준비한 만큼 풀 수 있다. 긴장해서 문제가 막히면 일단 표시하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겠다”처럼 현실적인 대응계획까지 갖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잘해야 해”, “이번에는 꼭 1등 해야 해”라는 압박보다 “이번에 네가 꾸준히 문제를 풀었던 건 분명한 강점이야”, “시험장에서 막히는 문제가 나오면 어떻게 할지 정해보자”라고 말하는 편이 자기효능감과 자율성을 키우는 데 유리하다.
결국 시험 직전에 필요한 최고의 생각은 ‘나는 완벽하다’가 아니라 ‘나는 준비해 왔고, 어려움이 생겨도 이렇게 대응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긍정적인 마음은 현실을 외면하는 주문이 아니라, 자신의 강점을 인정하면서 현재 할 수 있는 행동에 집중하게 만드는 심리적 자원이다. 시험뿐 아니라 중요한 발표, 면접, 업무를 앞두고도 기억할 만한 원칙이다.
마지막으로 Oettingen 연구의 중요한 메시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만 하면 된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원하는 미래를 그린 뒤 그것을 가로막는 현실적 장애물을 인식하고 행동계획으로 연결하는 정신적 대조와 실행의도(MCII)가 목표 달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축적되어 있으며, 메타분석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나는 준비했다. 어려운 문제가 나와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된다.”**
**유비무환(有備無患)**